[진료실에서] 간송미술관 예술품보다 큰 초록색 여권-재일한국의사회와 교류사업을 결산하며(대구일보 2025.07.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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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대경영상의학 작성일25-07-14 13:45 조회2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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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경호 대경영상의학과 원장, 대구시의사회 부회장 

 


얼마 전 귀한 손님들이 대구를 방문했다. 6월 21일 개최된 대구시의사회 춘계학술대회 참석을 위해 재일한국의사회 회원들이 방한한 것이다. 학술대회에서 재일한국의사회 이광희 회장은 재일한국의사회의 성립과 역사, 의의에 대해 발표해 참석자들에게 큰 반향을 불러 일으켰다. 오사카 사이세이카이노에병원 순환기내과 안진수 부부장은 자신이 저술한 논문을 포함하여 ‘심방세동에 대한 현미경 및 거시적 관찰’에 대해 발표했고, 오사카 송아아이마음의원 소아정신과 송대광 원장은 ‘환자를 편하게 하는 대화법’에 대해 유창한 한국어로 쉽게 설명했다.

고베 아사히병원 김수량 이사장은 코로나19 당시부터 대구시의사회와 정보를 공유하며 여러 편의 논문을 쓴 바 있으며, 이를 정리하여 ‘한국과 일본의 코로나19 비교’에 대해 발표하였다. 강의 내용도 훌륭하였지만, 학문적 성과 외의 여러 가지 측면에서 재일한국의사회의 방한은 큰 의의를 지닌다.

한국과 일본은 ‘앞마당’을 함께 쓰는 이웃이다. 이웃 간에 아웅다웅하고 싸우고 살아봐야 이사 가지 않을 바에는 피차 손해일 뿐이다. 불편한 과거사 문제는 아직까지 해결되지 않은 숙제로 남아있지만, 이에 발목을 잡혀 미래를 그르칠 수는 없는 노릇이다. 국가간 이해를 넓히고 친밀도를 높이는 교류사업은 그 주체가 정부든 민간이든, 어떤 형식이든 자주 많이 그리고 폭넓게 이루어져야 한다. 일본의 젊은이들에게 한류가 대유행하고 한국인의 일본 방문이 최고치를 기록하고 있는 지금은 한일교류의 최적의 시기가 아닐까 한다. 물 들어올 때 노 저어야 하는 법이다.

한일교류 측면에서 본다면 재일한국의사회는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재일한국의사회는 재일 교포 의사들의 단체로, 일본에서 생활하면서도 한국인의 정체성을 유지하고 있다. 일본에서 태어나고 성장하여 일본인들과 함께 생활하고 있는 이들이 일본인 친구, 이웃, 환자들에게 말하는 한국의 이야기는 그 어떤 것보다 생생하게 일본 사회에 퍼질 것이다.

또한 의학적인 면에서도 코로나19와 같은 글로벌 이슈와 한일 공통의 문제인 고령화 사회에서의 치매치료, 홈케어 등에 대한 의료 지식 교류는 양국의 의료 발전에 기여할 수 있을 것이다.
대구시의사회는 단순히 의학적인 측면을 넘어 한일민간교류사업의 성공 모델이 되도록 재일한국의사회와의 교류사업을 더욱 확대하려 한다. 한일 양국의 의료, 문화, 교육 등 다양한 분야에서 교류와 협력이 활성화되고 재일교포들에게 어떤 형태로든 도움이 되는 교류사업이 될 것을 기대해본다.

학술대회 다음날 대구 간송미술관을 방문한 그들이 고려청자와 조선백자 등 미술품을 접하고 느낀 감동은 당연할 지도 모른다. 세계적으로 인정받는 한국의 전통예술작품, 그 중에서도 김홍도, 정선, 한석봉의 작품이니…그러나, 간송이 간직한 국보급 예술품보다 공항에서 출국 심사를 위해 꺼내든 그들의 초록색 대한민국 여권을 본 필자의 감동은 그보다 더하였다. 2박 3일간의 교류사업의 화룡점정은 성황리에 끝난 학술대회도, 간송미술관의 예술품도 아닌 초록색 여권이었다.

출처 : 대구일보(https://www.idaegu.com)