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구의사회보 5월23일 보도자료[청진기] 포괄수가제에 대한 단상 김경호 원장님 기사내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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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성자 ctmri 작성일12-06-05 11:42 조회7,144회 댓글0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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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괄수가제(DRG)에 대한 단상

동즉불통(通卽不通), 불통즉통(不通卽痛)

제도 시행전 국민들에게 충분한 홍보와 논의 있어야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고 일방통행하는 정부 소통필요

최근 포괄수가제(DRG)를 둘러싼 정부와 의료계의 대립이 첨예화되고 있다.

정부는 현재의 행위별 수가제는 의료비 상승, 진료비 청구심사 업무 과중, 의료인과 보험자 간 마찰, 의료서비스 왜곡 등 문제점이 있어 이를 해결하기 위해 DRG 도입이 필요하다고 주장한다.

국민의 의료비 경감이 기대되고, 의료계에는 적정수가에 대한 보상이 되며, 행적적으로 청구와 심사에 대한 업무량이 줄고, 보험자 입장에서는 단기적으로 건강보험 재정이 추가로 소요되나 장기적으로 재정운영의 예측 가능성이 제고되어 재정 안정화가 가능하다는 논리다.

  DRG는 1983년 미국에서 처음 시행되었으며 진료의 폭을 일정 가격으로 규격화하여 제한하는 제도이다. 미국에서 한국의 의료환경 차이를 생각한다면 성공 여부는 상당히 불투명하다. 무엇보다 중요한 차이는 미국은 한국에 비해 의료 과소비가 있는 나라이므로 어느 정도 의료행위를 조절해도 문제가 없지만 한국은 다르다는 점이다. 또 현행 행위별 수가의 상대가치 점수가 원가에 비해 턱없이 낮은데도 이 수가에 다시 DRG를 적용하려는 것은 의료의 하향 평준화를 초래하여 국민이 양질의 의료를 선택할 권리를 침해랄 가능성이 아주 높다고 할 수 있다. 이윤 추구라는 동기각 자연스러운 민간 의료기관의 경우 의료질 저하는 불가피해 보이고, 의학발전의 측면에서도 새 이론이나 치료법, 첨단 의료용구적용 드으이 의욕을 상실시킬 수 있다.

  중증 환자에 대한 진료 기피현상도 우려된다. 국내 시범사업에서 DRG수가가 낮아 중환자를 진료하는 병원들은 손실을 입고 있으며, 실제 DRG에 참여하고 있는 병원급 이상 의료기관은 국립의료원뿐이다. 지금 이대로 DRG를 시행한다면 손실을 피하기 위한 중환자 기피현상은 반드시 발생될 것이고 그로 인한 사회적 지탄은 의료계로 돌아올 수 밖에 없다.

  DRG 진료비 심사 청구 시 업무가 간소화 된다는 장점도 실제와는 다를 수 있다. 예를 들어 비교적 단순한 수술인 충수 절제술의 경우에도 가능한 경우의 수가 1,000여 가지에 달하기 때문에 행위별 수가에 비해 진료비 청구화 심사절차가 절대 간소화되지 않을 것이고, DRG 제도에서 발생할 수 있는 `under service`를 감시할 새로운 인원이 필요하게 돼 행정업무가 증가할 것이 분명하다.

  DRG는 한마디로 의료자원을 덜 투입하도록 유도해 재정을 줄이는 '덜내고,덜받는'제도이다. 제도 시행 전에 DRG의 이러한 문제에 대해 국민들에게 충분한 설명과 안내를 하여, 환자, 의사, 보험자 모두가 이러한 문제점을 인식하고 합의한 후에 제도를 실시하지 않으면 진료현장에서 반드시 마찰이 발생될 것은 명약관화하며 그 모든 불만은 고스란히 의사와 의료기관에 돌아올 것이다. 정부는 국민에게 DRG '덜내고, 덜 받는제도'라는 것을 홍보하고나 있는지, 제도 시행 후 불만 없이 인정할 수 있는 공감대가 형성될 것이라 판단하는지 의문이다. 이러한 문제를 잘 아는 의료계에서 DRG에 반대의 입장을 밝힌 것은 당연하다.

  제도 자체가 우리의 의료계와 맞지 않는다는 것도 문제지만, 전문가의 말을 무시하고 일방통행하려는 정부의 태도는 더욱 문제이다. 도무지 소통하려는 의지가 보이지 않는다. 허준의 동의보감에 '동즉불통(通卽不通), '불통즉통(不通卽痛)'이란 구절이 있다.

  '통하면 아프지 않고, 통하지 않으면 아프다'는 뜻이다. 기나 피의 흐름에 관한 이야기이나, 현대에 와서 '소통(蔬通)'과 '커뮤니케이션(communication)'에 대입해도 너무나 잘 맞아떨어지는 말이다. 지금 이 시점에서 정부에게 필요한 것은 소통이요 커뮤니케이션이다.

  국민들은 모르고 있고, 의사들은 반대하고 정부는 강행하려 한다. 불즉불통, 불통즉통이다. 소통 부재는 반드시 큰 후유증을 남긴다. 의약분업 파업사태 때의 전철을 밟지 않기 바랄 뿐이다.

-2012년 5월 23일 대구의사회보 제 446호 / 광역시 제326호